[해양]바다의 로또를 8번이나 맞은 어부

환경운동연합
발행일 2024-10-11 조회수 8

바다의 로또를 8번이나 맞은 어부

[혼획된 밍크고래 / 출처:뉴시스]

어민들 사이에서 밍크고래는 바다의 로또라고 불립니다. 우연히 잡게 되면 마리당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연히’라는 뜻은 의도적으로 고래를 잡은 것이 아닌, 우연히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를 발견한 경우를 말합니다. 어민들에게는 생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최근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를 8번이나 우연히 발견한 어민의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로또를 8번이나 맞은 셈인데, 이거 정말 우연일까요?

 

우연한 혼획인지 알 방법이...

바다에서 밍크고래를 잡으면 먼저 해양경찰이 현장에서 불법포획 여부를 확인합니다. 불법 포획의 흔적은 없는지, 금속 탐지기에 잡히는 작살은 없는지 확인을 거치게 되는데요.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해당 고래가 정말 우연히 잡힌 것인지 의도적으로 잡힌 것인지를 알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혼획 밍크고래를 검사하는 해양경찰 / 출처:포항해양경찰서]

실제로 환경운동연합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어민들은 고래가 다니는 길에 의도적으로 그물을 쳐두고 잡힌 고래를 우연한 혼획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그물에 고래가 잡힐 경우 방류를 진행하면 생존률이 90%를 넘어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매년 밍크고래 혼획이 발생하는 것은 단순히 우연한 혼획만은 아닐 것으로 추정됩니다.

 

잡히는 양보다 많이 팔리는 고래

매년 합법적으로 혼획되는 밍크고래는 평균 60마리입니다. 하지만 매년 유통되는 고래의 양은 200여 마리가 훌쩍 넘습니다. 그럼 나머지 140마리는 어디서 나타난걸까요?

[밍크고래 4마리를 불법 포획하여 운송하다 적발된 모습 / 출처:포항해양경찰서]

우리나라는 고래를 포획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매년 불법포획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밍크고래 6마리를 작살로 포획하고 몰래 유통하려던 일당이 잡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래 불법 포획이 경찰에 걸리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년 수십 마리의 밍크고래가 암암리에 포획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래보호 없는 고래축제

우리나라에서 밍크고래를 많이 소비하는 곳 중 하나인 울산에서는 매년 고래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도 4일 간의 고래축제가 열렸는데요.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고래연구소에서는 이번 축제에서 고래 보호를 위한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우리나라의 고래가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지,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4일 간의 축제 동안 약 2천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부스를 방문하여 고래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민들과 함께한 고래가 행복한 바다 그리기]

그런데 고래가 주제인 축제 장소에서 고래에 대해 말하는 부스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고래팔찌 만들기, 고래 가요제, 고래빵 판매 등등. 이름에만 고래가 들어갔을 뿐 고래의 생태를 알리거나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 바다의 고래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매년 발생하는 혼획, 불법포획을 비롯해 해양쓰레기, 개발 등의 문제가 해양생태계와 고래에게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고래를 지킬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그린 우리가 바라는 고래의 모습]

먼저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올해 고래축제에서 고래보호를 강조하는 부스는 적었지만, 환경운동연합의 부스를 방문한 시민들은 고래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입니다.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점점 강해질 수록 고래 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과 어민들의 인식 변화도 보다 빠르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고래연구소에서 촬영한 밍크고래 어미와 새끼의 유영하는 모습 / 출처:고래연구소]

더 나아가 고래를 위협하는 그물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고래 혼획률이 높은 그물에는 고래가 탈출할 수 있는 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의도적 혼획과 불법포획을 막기 위해 애초에 고래 유통을 불법으로 바꾸어가야 합니다. 바다는 스스로 회복하는 탄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인간의 활동을 조금만 줄여도 단시간에 회복해갈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내년 고래축제에서도 고래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더 크게 내겠습니다. 더 나아가 고래 보호를 위한 여러 활동들을 이어가겠습니다. 시민분들의 많은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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